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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소소한 일상, 생각/[Life] For 아들

걱정 말아요. 아들

써니블루(SunnyBlue) 2023. 4. 3. 10:13

우리 아들이 사춘기 들어서 첫 사고를 쳤다.

사건은 이렇다.

  중2 아들이 게임사이트에서 자기 명의 체크카드를 한번 입력했다. 그 뒤로 거의 4개월간 전세계 여러 곳에서 돈을 야금야금 뺏어갔다. 합치면 29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사이프러스라는 국가가 있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됐다.

금액도 1~2만원대 소액이여서 몇달동안 모르고 지냈다. 용돈을 많이 주지는 않는데, 돈을 잘 모으는 아들인지라 꽤 큰 돈이 들어있었다. 

 

어떻게 발견이 됐을까?

  미성년 체크카드라서 일일한도가 3만원이다. 공교롭게도 5,000원을 편의점에서 결재하려는 순간 한도 초과로 지급거절을 당했다.

아들은 하루 종일 쓴 적이 없고 이번에 처음 쓰는거라고 했다.

신한은행은 만14세 미만에게는 SOL 앱을 사용할수가 없다. 그렇다보니 폰뱅킹으로 계좌,잔액조회를 해야하는데 매번 귀찮은 일이라 잘 안들여다 보게된다.

  귀차니즘을 무릅쓰고 이번에는 폰뱅킹으로 계좌조회를 해봤더니. qxdkc 블라블라 .com 이런 데서 11,800, 26,763원 이런식으로 출금된 거래를 발견하게됐다. 이게 바로 해외불법사기 이구나. 우리 아들이 걸렸구나를 직감적으로 알게 됐다.

 

즉각적으로 이런 조치를 했다.

사기임을 인지한 시각이 밤 10시가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일단 통장에 있는 돈을 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아들에게 통장과 카드를 쥐여주고 ATM기로 보냈다. 

ATM기에서 만원 단위로는 인출할 수 있으니 모든 돈을 현금으로 찾아오라고 시켰다.

 

엄마가 갈수도 있지만,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직면하고 해결하는 과정을 겪어봐야한다고 생각했다.

카톡 영상통화를 하면서 통장에 있는 194,000원 중에서 190,000원을 모두 현금으로 찾아 왔다.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ATM기에서 통장 정리를 해보려고 하니 출력할 공간이 안 남았다. 그래서 잔액조회를 하고, 인출을 하려고 했더니 통장 ATM 거래 등록이 안되어 있었다.

 

그래서 체크카드로 돈을 인출하게 시켰다. 둘다 들려보낸 엄마의 선견지명 칭찬해요~

 

아들은 "어떻게 하면 29만원이 안 아까울까?" 라는 생각을 학교에서 했다고 한다.

다음날 아들은 풀이 죽은 모습으로 학교에 갔다.

친구들이 농구하자고 했는데도 빼앗긴 돈이 생각나서 운동할 기분이 안났다고 했다. 

 

무슨 생각을 했냐고 물었더니, 29만원이 안 아깝게 느낄 방법을 생각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그 돈이 너무 아깝더라는 거다. 절약쟁이 아들인데, 오죽할까 싶다.

 

아들은 15시 16분 학교가 끝나자 마자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엄마 내 돈 어떻게 됐어요?, 미안해요 엄마" 밥 뭐 먹을지 물어볼때 아니면 엄마에게 전화도 안하는 녀석이 전화를 한 것이다. 이 녀석 엄청 고민하고 있었구나. 연신 미안하다고 엄마에게 사과를 한다.

 

 

엄마는 아들이 학교에 간 사이에 이런 조치를 했다.

0. 서류 준비(기본증명서(상세), 가족관계증명서(상세), 엄마 신분증, 거래 통장)
1. 카드 분실 신고하여 더이상 카드 승인이 안되도록 막았다.

2.해외 사용  중지했다. (이 부분은 엄마도 몰랐다. 미성년 체크 카드가 해외 사용이 기본으로 된다는 생각을 못해 봤다.) 

3. 신한 은행을 방문하여 거래내역조회를 뽑고 불법인출이 된 거래내역을 따로 추려서 "해외거래 불법 신고" 를 했다. (일처리를 잘해주신 신한은행 과장님 너무 감사하다. 같은 애기엄마라 더 신경을 써서 알아봐주시고 신청을 해주셨다.)  
4. 해외 거래 불법신고 신청 후 1~2시간이 지난 후에 담당자분이 전화가 와서 해당 거래내역이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는 확인을 받았다. 그리고 바로 거래 금액을 환불을 해주셨다.(빠른 일처리에 진짜 놀랐다. 전날 빠져나간 승인 건은 매입이 안된 거래라 추후에 환불이 될 것 같다.)

 

모르고 당한거고 아들이 실수한 거다. 사람은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고, 이번 일을 통해서 카드번호를 함부로 알려주면 안된다는 교훈을  배운거니 더 잘된 일이다.

아들이 풀이 죽은 모습으로 학원을 갔다가 5시 넘어서 집에 귀가했다.

아들에게 해외 불법 인출 내역과 총 29만원이라는 금액을 알려줬다. 그리고 해당금액은 불법 거래이기 때문에 신고를 했고 모든 돈을 환불받았다고 얘기해줬다.

그제서야 아들 얼굴이 환해지면서 안심하는 표정이 보였다. (그래 아직 만14세도 안된 어린이 인것을.)

왜 게임 사이트에 카드번호를 입력했냐고 혼쭐을 낸들, 아들이 배우는건 없다. 아들은 자신의 돈이 없어졌 음에도 엄마에게 미안해서 계속 사과를 하는 것을 보면 가장 괴롭고 힘든건 아들이라는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까 말이다.

 

부모는 자식이 두려워할 때 곁에서 힘이 되어주고, 문제를 해결해가는 방법, 힘든 상황에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들 덕분에 엄마도 하나 더 깨우치게 된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