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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소소한 일상, 생각

물만두와 호박잎

써니블루(SunnyBlue) 2023. 9. 22. 10:41

어릴적 한 동네에 살면서 엄마들끼리도 자식들끼리도 친했던 내 친구 A는  요즘 호박잎만 보면 운다.

나는 아직도 물만두를 보면 먹어야 된다는 생각 전에 추억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 진다.

 

A와 나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 보낸 슬픔과 원망 그리고 그리움 이다.

 

A와 나에게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보내 드린지 만 3년이 지났고, A는 한달 됐다는 것이다.

 

하느님 곁으로 먼저 보내드린 우리 아버지는,

고기 반찬이라면 모두 좋아했다. 돼지고기김치찌개, 오리고기,소고기,닭고기,돼지고기 유독 고기에 식탐이 많으셨다.

거동도 불편해지시고, 치매가 오시면서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다. 

씹는것이  불편하셔서 그랬는지 그 좋아하는 고기는 거들떠도 안보고, 물만두를 사가면 눈빛이 반짝거렸다.

동네에서도 인심 좋기로 소문난 양반인데, 식탐에 눈이 멀어 주변 요양원 어르신들에게 나눠줄 생각도 못하시고 달려들었다.

 

내가 아버지에게 사드린 마지막 음식도 물만두 였다.

요양원에서 지내시면서 생긴 요로 결석으로 병원에 입원하셨을 때 병원 지하식당에 있는 중국집에서 사드렸다.

혼자서 3판을 드시고 더 달라고 하시길래 그만 드시라고 하면서 모시고 나왔던 기억이 있다.

 

그 뒤로 코로나로 가족 방문이 금지되고, 아버지는 외로우셔서일까? 자식들이 사다주는 물만두를 못드시고 그렇게  하늘나라로 떠나셨다.

처음에는 식당의 물만두 사진만 봐도 눈물이 맺히고, 물만두 소리만 나와도 눈물이났다. 먹을 엄두는 감히 못냈다.

그런데 만 3년이 지난 지금은 그래도 먹을 수 있고, 아버지가 좋아했었는데 추억도 한다.

그래도 여전히 물만두는 나에게 슬픔이자 그리움이다.   

 

 

전화 통화중에 A가 울면서 말했다.

 

"길가에 호박잎 같이 생긴 것만 봐도 눈물이 쏟아져.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A의 어머니가 장 유착으로 병원에 갔다가 "췌장암 말기" 라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그 날 이후로 물도 못드시고, 잠도 못 주무시다가 병원에서 퇴원하고  고향집으로 가셨다고 했다.

밭에서 키운 호박잎에 된장 쌈 싸먹으면 덜 아플것 같다는 말에 A가 호박잎을 따다가 쌈을 싸드렸다고 했다.

2개를 드시고는 맛있다며 행복해 하셨다는데, 그게 임종 전날 일이라고 했다.

그래서 호박 잎만 오면 통곡을 하고 운다. 내 친구는

 

내가 얘기해줬다.

 

지금은 울어야 정상인거야.
실컷  울어서 눈물로 다 쏟아 내. 눈물은 좋은거야.
언니와 같이 엄마 얘기하면서 많이 울어.
지금은 호박잎 생각만 해도 눈물이 나겠지만, 3년 지나면 추억처럼 그리운 음식으로 얘기할 수 있을거야.  

 

 내가 그랬으니까. 내 친구도 다 쏟아내고 그리운 기억으로 엄마를 추억하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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