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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소소한 일상, 생각/[Life] For 딸내미

자식이 뭔지 모르겠다.

써니블루(SunnyBlue) 2024. 1. 19. 11:54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의식의 흐름대로 작성해 본다.

 

방학동안 운동을 열심히 해보겠다며 크로스핏을 등록해 달라고 했다. 그래서 아이가 등록함.

그리고는 아침 7시에 깨워달라고 함.

1주일은 깨우면 일어남.

2주째부터는 하루걸러 하루 일어남.

3주째는 하루감

그러다가 오늘 아침 7시에 깨워도 안 일어나서 엄마가 폭발함. 그럴거면 환불받아오라고 난리침.

아이는 운동하고 공부 하려면 힘들다. 아침에 일어나기 얼마나 힘든줄 아냐. 손바닥이 물집 잡혀서 운동하기 어렵다. 등등 아침마다 안 갈 이유를 시전.

 

엄마도 땅파서 장사하는거 아니다. 너 운동한다고 해서 지원해주는거지. 이렇게 안갈거면 돈 아깝다. 그냥 환불해라.

아이는 그 깟 운동비용이 뭐가 아깝냐. 그리고 난 간다. 오늘만 힘들어서 못가는거다. 대치동 70만원짜리 과탐도 안 보내준다고 해서 내가 혼자 인강 들으면서 공부하지 않냐? 내 친구들은 500만원짜리 기숙 윈터스쿨도 가는데, 엄마는 70만원도 아깝다고 하지 않냐?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거다.

 

대치동 70만원에 엄마는 화가 났음.

시대인재 지구과학 특강 8회 등록비가 70만원, 대형 강의실, 1시간거리 대치동까지 가서 3시간 수업듣고 오는 건데.

아이가 얼마나 수업을 받아 먹고 올지 모르겠다.

그럴거면 100만원짜리 메가패스로 교재 사서 인강 듣는게 바쁜 예비고2 학생에게  더 도움될 거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메가패스랑 필요한 인강 교재 15만원어치 사줬다.

이게 그렇게 돈 아까워서 한 행동인지 모르겠다.

 

아이는 엄마가 크로스핏 환불하라는 말에 화가났다.

자기도 다 계획이 있고 공부하기 싫지만 늦게까지 하고 있다. 그게 얼마나 힘들일 인줄 아냐. 

그냥 공부 다 때려치고 히키코모리 처럼 방에 처박혀서 살면 만족 하겠냐?

 

엄마는 화가 났다.

니 인생을 그렇게 가치 없이 살려고 하는게 정말 너가 원하는건지 생각해봐라. 오늘은 아무것도 안해도 되니까 정말 네 인생을 망치고 싶은건지 생각해봐라.

엄마는 열심히 돈벌어서  왜 사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자는 아이의 방문을 닫아 주고 출근을 해버렸다.

 

엄마를 화나게 하려고 포기한 대치동 70만원 학원을 언급한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엄마는 속상하고 화가 난다. 대치동 특강 70만원짜리 원하는대로 모두 등록해주고, 윈터스쿨 500만원짜리 보내주면 아이는 결과에 대해서 남탓을 하지 않고 자기를 돌아볼까? 

엄마는 아이의 일반고 내신 4등급 성적을 보면서 인서울은 마음에서 기대를 접었다. 다만 포기하지 않고 자기 공부를 해주기만을 희망했다. 

그래서 상위권 대학을 많이 보낸다는 시대인재 대신에 우리 아이의 수준에 맞는 학원/공부 방법이 낫다고 본건데...

아이 입장에서는 엄마가 다른 아이들처럼 지원을 팍팍 해주지 않아서 불만인가 보다.

 

아이랑 다투고 나면 항상 카톡으로 메시지를 보냈는데, 오늘은 그것도 안했다. 아이는 기분나쁘면 카톡을 안읽는다. 한달 넘도록 카톡 메시지의 1이 안 없어지는 경험을 여러 번 하면서 별로 보내고 싶지도 않았다.

 

결론적으로 나는 앞으로도 아이가 노력하고 성실하게 공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한 무리한 교육비 투자를 하지 말자고 결심한다.

수천만원을 투자해도 본인의 성적이 만족스럽지 않게 나오면, 부모 탓, 학원 탓, 컨디션 저조, 실수 등등 내가 아닌 외부에서 원인을 찾을 것이다.  아이가 공부할 자세와 노력을 보일때 교육비 투자는 의미가 있는 것이고, 이게 아니라면  자식을 망치는 길이다.

 

아이가 엄마의 생각을 완전히 이해해주기를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달래서 아이가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열심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줄지는 좀더 생각해 봐야겠다.

내 자식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어느 부모나 모두 같다. 그래서 오늘 아침의 소동이 마음이 아프면서 속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