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1)

엄마와 딸은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는 부분이 많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엄마는 딸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짐작하지만, 정작 딸은 정반대의 생각을 하는 경우이다.

새로 입학한 학교의 학부모총회에서 그런 경험을 했다.

대강당에서 전체 설명회를 듣고 각반 교실로 가서 담임선생님을 만나는 시간을 가졌다.

담임 선생님께서 참석한 부모님께만 나눠주시는 자료에서 아이의 이름을 찾았다.

학생별로 반내 역할을 소개해주는 내용이었는데,

 

미화부 명단 끝자락에서 딸내미 이름을 찾았다.

 

국대 상비군에 뽑힐 정도로 운동 잘하고 사교성있고 외향적인 딸내미가 미화부라니. 

내가 학교 다닐때 생각해보면, 미화부는 들어갈 곳 없는 나머지 아이들이 들어가는 곳이었는데... 

엄마로서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 본인이 원해서 편 입학한 학교라서 학교생활이 힘들어도 자존심에 부모에게 얘기를 못하고 있는건 아닌지.
• 아침 6시에 일어나서 준비하고 학교에 가는 시간이 아이에게 너무 버거운 일인지.
• 처음에는 새로운 친구들 사귀어서 좋다고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아이들과 못지내고 있는 건 아닌지.
• 편입했다고 아이들로부터 따를 당하고 있는건 아닌지.
• 전에 학교랑 분위기가 너무 달라서 아이가 위축되어 있는건 아닌지.

이런저런 생각이 들면서 아이가 짠하고 안쓰럽고 좀 더 자상하게 대해주지 못했던 엄마의 모습을 반성했다.

 

힘든 딸내미 집에서라도 편하게 맛있는 것 먹고 쉴 수 있게 해줘야 겠다는 다짐을 했다.

모성애 듬뿍 충전한 상태로 아이가 좋아할 만한 빵을 듬뿍 사들고 집으로 갔다.

 

아이는 간장국수를 해서 식탁에서 혼자 먹고 있었다. 짠한 것 ㅜㅜ

빵을 내려 놓으며 엄마의 마음을 얘기했다.

있잖아. 딸~ 엄마가 학부모 총회를 잘 갔다 왔어. 교실에가서 담임 선생님도 만나고 티볼 열심히 한다는 짝꿍 엄마랑 인사도 했지.
그리고 보니까 우리딸이 미화부더라고. 인싸 딸이 미화부라니 엄마가 많은 생각을 하게 됐지 모야. 힘든거 있으면 얘기해줘. 엄마가 우리딸 도와줄께

 

 

딸은 국수가락을 입에 넣다가 말고 엄마를 쳐다본다. 이게 뭔소리인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다. 

그러면서 말했다.

 

엄마. 내가 미화부 들어갈라고 가위바위보까지해서 따낸거야!  얼마나 경쟁이 치열했는데~~  

 

 

그렇다. 역시 우리딸은 내가 걱정하는 그런 아이는 아니었다는 반가운 사실. 그럼 그렇지 한번 인싸는 영원한 인싸쥐~~~

 

 

그나저나 미화부 위상이 언제 이렇게 높아졌나 싶다. 

딸아이 얘기로는 가성비 좋은 역할이라고 한다. 5분만 일하면 학생부에 봉사기록이 되서 다들 하고 싶어하는 개꿀 역할이라고 한다.